석사 입학 지원서를 냈던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1학기가 끝났다. 1학기에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단연 ICRA Quadrupedal Robot Challenge(QRC)로 많은 것을 배웠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특별한 시간이었다.
짧지만 압축적인 몇 달을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연구자에게는 개인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랩에서는 2년차 이상의 석사과정 혹은 박사과정 선배님들이 연초에 <Extreme Theme>을 발표하도록 하는데 그 발표에서 요구하는 것은 실로 <Extreme>한 연구자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티 로봇 SLAM을 연구하시는 분이라면 "코엑스를 100대의 로봇으로 5분 안에 맵을 다 따는" 정도의 익스트림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매우 막내로 하는 일도 별로 없기는 하지만 이런 나라도 석사과정의 하루는 굉장히 빨리 지나간다. 과제 업무, 코스웍 수강만 해도 하루가 끝나는데,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개인 연구를 아등 바등 진행하려면 보다 큰 로드맵을 혼자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연구의 세계는 바다처럼 넓고 방대해서 로드맵 없이 논문을 읽다 보면 길을 잃기 일쑤이다. 강력한 개인적인 기호를 지니고 코스웍, 프로젝트, 과제, 세미나 등을 하나의 주제로 align하는 것이 대학원 생활의 피로도를 줄여 주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일관된 관심사는 항상 실외 오프로드 지형을 다니는 모바일 로봇의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개인적으로도 워낙 사륜구동 트랙터 같은 울퉁불퉁한 자동차를 좋아하기도 하고(최애 영화 : 매드 맥스) 로봇의 매력은 Mobility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별로 좋은 연구자는 아직 아니지만, 훗날 내가 연구하는 기술이 세상에 적어도 해는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하지만 비정형 지역을 다니는 실외 모바일 로봇은 악용될 가능성이 다소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석사과정 입학 전부터 나만의 작은 Extreme Theme을 농사 로봇으로 정했었다.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고, 우리나라의 농촌 고령화와 낮은 식량 자급률을 생각하면 농촌 지역에 실외 모바일 로봇이 참 잘 쓰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바빠서 시야가 좁아질 때가 많다. 그래서 예전에 카이스트 대학원 입학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보면서,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다시금 상기하고 방학을 시작해 볼까 한다.
여름을 잘 보내자!
자기소개 및 면학계획을 아래의 공란에 자유롭게 서술식으로 기술하십시오. (필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였으며 그 노력을 통해서 성취한 것"을 포함/ 한글 1500자 내외, 영어 3000자 내외)
저는 적성과 직업의 조화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저는 제가 열정을 가진 로봇 연구 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서도 나타났듯이 로봇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역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AI와 로봇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기술의 윤리적 영향을 고려하는 연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로봇 공학의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로봇이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방안을 실현하는 연구자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전자공학과 재학 중 모바일 로봇에 흥미를 느껴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로봇비전트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교내 SW 경진대회 참여를 계기로 로봇 소프트웨어 지식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전자공학과에서 제어와 임베디드 시스템을,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서 로봇 인지와 AI 기술을 배웠습니다.
실외 모바일 로봇에 대한 제 관심은 22살 때 미국 Purdue 대학교에서 학생 인턴으로 활동하며 처음 논문을 작성하면서 깊어졌습니다. 농업 지역에 위치한 Purdue 대학에서는 실외 모바일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고, 저는 이곳에서 Outdoor Visual SLM을 연구하며 직접 모바일 로봇을 제작하고 주행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실외 로봇에 필요한 핵심 역량과 실외 환경의 복잡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외 환경에서 주행 가능한 도로와 그렇지 않은 구간의 경계가 모호한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이듬해 작성한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졸업 논문에서 더 안정적인 도로 식별 방법론을 개발했고, 그 결과를 IEEE IRC 학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다양한 대회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로봇 개발의 전문성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학문적 기반이
필수적'임을 깨달았습니다. 빠른 개발을 위해 많은 오픈소스 패키지를 활용했지만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부 알고리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었습니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나니 학업에 대한 강한 동기가 생겨나 로봇 관련되어 있다면 대학원 수업까지 찾아가 수강하였습니다. 수업에 임할 때는 이론적 배경, 실제 응용 사례, 개선점을 고려하며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3D 데이터 처리' 수업에서 배운 Stereo Vision을 네이버랩스 로봇 Perception 팀에서 실제 3D reconstruction 업무에 적용하게 되면서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경험했고, 이를 통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석사과정을 지원하는 저의 목표는 비정형 야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실외 모바일 로봇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험한 지형에서 주행 가능한 도로와 안정적 이동 지역 식별
2. 주행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포함한 지도 제작
3. 이를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경로 계획 및 주행 안정성 향상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밑거름 삼아, 대학원에서는 이론적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져 좋은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를 활용해 제작한 실외 모바일 로봇을 농업 보조, 야생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혁신을 사회적 선으로 연결시키는 책임감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