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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보행로봇 for 농사 : 옥천군 농장 방문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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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구실에서 KEIT 사족보행이라는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과제는 올해부터 알고리즘 평가를 충북 옥천군에 있는 한 복숭아 농가에서 진행하게 되어 있다. 

작년 겨울부터 여기 방문할 기회가 생겨서 부지를 탐색하곤 했다. 

2024년 12월
2025년 8월 :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

예전부터 농사 로봇에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농사에 대해서는 1도 아는 것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이 출장이 참 흥미로웠다. 실제 농가에서는 어떤 로봇을 요구하시는지도 어깨 너머로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우선 복숭아 농가는 여름철에 무척 바쁘셔서 두 가지 요구를 하셨다.

  1. 수확이 끝난 8월 이후에 올 것
  2. 나무의 뿌리 부근을 밟지 말 것

우리 연구실의 플래너는 기본적으로 가장 평평한 곳을 디디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나무 뿌리를 밟는 경우는 잘 없어서 이 부분은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었다. 다만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12월에 딴 3D 맵을 (당연히) 쓸 수 없었고, 사족보행 로봇의 다리 관절 사이에 풀이 끼는 일이 있었다. 또 땅과 풀이 모두 축축하게 젖어 있었는데 이것도 로봇한테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풀이 덜 자란 곳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땄다. 

복숭아를 좀 주셨당

10월에 옥천을 다시 방문했다. 이때는 DRCD 랩의 Hound 로봇과 함께 (!) 자율보행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서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3번에 걸친 교내 사전 테스트
이번에 가니 벼가 누렇게 익어 있었다.

다만 이번에 가니 풀이 또 무성하게 자라 있는데다 전날에 비가 와서 바닥이 무척 질척했다. (농사로봇은 역시 무한궤도일까...)
우리가 평소에 쓰는 제어기는 비정형 지형에서 잘 가도록 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축축한 진흙 바닥에서는 검증이 안 되어 있어서 되도록 딱딱한 바닥을 찾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적당히 마른 곳에 풀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있어서 농민분께서 풀을 깎아 주셨다.

농민분께서 풀이 무성해도 로봇이 잘 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셨다. 시골에서 풀이 무성하지 않은 곳은 없다시면서 .. ㅎ.ㅎ
질척땅에서 잘 갈 수 있는 제어기 + 방수처리 된 로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율보행 테스트는 잘 진행 되는 듯 했으나 특정 자세에서 로봇의 Odometry가 자꾸 발산하는 바람에 원하는 시나리오로 자율보행 시킬 수 없었다. 

구별될 수 있는 feature가 많은 실내나 Urban 지형과는 달리 농지의 경우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거나, 혹은 나뭇잎이 너무 서로 구별되기 어려운 feature이거나 하는 특성에 의해서 오도메트리 추정이 잘 안 되어서 발산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 썼던 Mapless Navigation에 대한 논문에서도 (최종본에서는 날아갔지만) 실외 비정형 환경에서는 1) 자주 변화하고 2) 반복적인 Feature로 인해서 위치 추정이 불안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는데 나름 맞는 말일 지도... 
연구실에서 하는 또 다른 과제에서는 훨씬 더 넓은 부지를 다루기 때문에 Mapless Exploration + GPS, 위성사진 기반으로 플래닝 및 위치 추정을 한다고 했었는데, 그건 군용 로봇이고 이렇게 작은 농가를 위한 로봇은 어떤 파이프라인이 적절할 지 궁금하다. 

어쨌든 10월에 몇 번 더 가야 하니 그때 문제의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새 첫 논문을 제출하고 다소 매너리즘(?이라기보단 번아웃)에 빠져 있었는데 실제 Test site에 가서 로봇을 굴리니까 여러모로 무척 환기가 되었다.

뱀도 나오고 비오고 짐도 많이 날라야 하고 햇빛도 세고 때때로 매우 춥고 덥고 고생이긴 하지만 실외에서 로봇이 걷는 걸 보는 건 재미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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